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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원 칼럼]ERP 주인인 생산자(공급자)책임과 소비자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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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P의 주인은 생산자(공급자)이며, 재활용업자는 실행의 조력자이다. 이에 소비자는 단순한 자유롭게 참여자로서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자원순환사회가 완성된다. 초등학생 이상의 국민 다수는 이미 종이, 플라스틱, 유리, 금속 정도의 대분류는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20여년간 접해왔던 종이팩, 금속캔, 유리병, 플라스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PET, HDPE, LDPE, OTHER 등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는데, 여기에 더해 아홉 가지 심볼색상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소비자가 이 사실을 인지하기까지는 아마 수십년이 걸릴지 모를 것이며, 현장은 혼란스럽고 국민은 헷갈린다.
문제는 더 본질적이다. 국민은 분리배출의 ‘의지’가 없어서 실천하지 않는 게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잘 안다. 하지만 분리해서 어떻게 배출해야 할지 몰라서 허둥댄다. 게다가 공간은 부족하다. 그럼에도 제도는 끊임없이 색상을 세분화하고, 소재명을 추가하며, 국민이 “조금 더 공부하면 더 잘할 것”이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이것은 국민을 시험지 앞에 앉힌 꼴이다. 특히 고령층, 독거노인, 문맹층에게는 마개를 ‘닫으라’와 ‘분리하라’는 이중 지침이 혼란을 준다.
대표적 사례가 화장품·세제·샴푸·린스 용기의 펌프캡이다. 겉보기에는 플라스틱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금속 스프링이 삽입돼 있다. 소비자는 이를 알 수 없고, 당연히 용기와 같이 플라스틱류로 배출한다. 하지만 실제 재활용 공정에서는 금속 이물질이 파쇄기를 망가뜨리고, 재활용 원료의 품질을 떨어뜨린다. 결국, 펌프캡은 ‘재활용 어려움’으로 분류되어 소각·매립 처리된다.
진정한 재활용률은 복잡한 심볼이 아니라, “누구나 한눈에 알아보고 동일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구조”에서 나온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제도 설계자이자 감독자로서, 생산자책임이 실질적으로 이행되도록 법적·행정적 체계를 마련한다. 생산자(공급자)는 EPR의 핵심 주체로서, 제품을 생산·공급한 제품의 전 생애주기에 대한 책임을 진다. 즉, 제품이 폐기된 후에도 재활용 또는 회수비용을 부담하며, 친환경 설계와 감량화, 재활용 용이성을 고려한 제품 생산을 의무적으로 수행한다.
소비자는 실천적 참여자로서, 분리배출을 통해 자원순환의 연결고리를 완성한다. 제품 선택 시 친환경 제품을 우선 구매하고, 폐기물의 적정 분리배출로 재활용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재활용업자는 현장 실행자로서, 회수된 자원을 처리·재활용하는 실질적 주체이다. 재활용 공정의 효율화, 품질 향상, 신기술 개발을 통해 자원의 재투입을 실현하고, 순환경제의 마지막 단계를 완성한다.
여기서 중요한 원칙은 분명하다. 소비자에게는 ‘쉽게 버릴 권리’가 있어야 하고, 공급자(생산자)에게는 ‘재활용 가능하게 설계할 의무’가 부여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도는 생산자책임을 소비자가 감당해왔다. 공급자가 부담해야 할 분담금은 가격에 전가된 분담금과 분리배출 봉투값의 이중부담을 소리 없이 소비자는 떠안았다. 이에 정작 생산자는 기존 포장 관성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