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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칼럼]‘평균의 정책’은 실패했다…소상공인에서 기술사업화까지

임윤철 · 2026.04.13

[임윤철 칼럼]‘평균의 정책’은 실패했다…소상공인에서 기술사업화까지

소상공인 정책 26년. 지원은 늘었고 제도는 촘촘해졌지만, 정책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냉정하다. 최근 보도된 중앙일보 3월 31일자 기사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짚는다. 핵심은 단순하다. 정책이 ‘평균’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집행되는 한, 현장의 성과는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소상공인은 하나의 집단이 아니다. 업종, 매출 구조, 시장 환경, 디지털 전환 수준까지 모두 다르다. 그럼에도 정책은 이들을 ‘평균적 소상공인’으로 묶고 접근한다. 지원은 많지만 체감은 낮고, 반복되지만 변화는 없다. 이유는 분명하다. 평균은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 공무원들왜 그렇게 여기에 매달릴까?

이 문제는 단지 소상공인 정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지금 정부가 35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연구개발(R&D)과 기술사업화 정책에서도 동일한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사업화 역시 ‘평균의 함정’에 갇혀 있다.

기술은 본질적으로 불균형하다. 어떤 기술은 시장을 바꾸고, 어떤 기술은 사라진다. 그럼에도 기술사업화정책은 모든 기술을 일정한 기준으로 평가하고, 유사한 방식으로 지원하려 한다. 그 결과는 예측 가능하다. 가능성 높은 기술은 충분히 크지 못하고, 경쟁력 낮은 기술은 구조적으로 연명한다. 지원은 하지만 지원을 제대로 한다라고 이야기 하기가 애매하다.

이는 단순한 비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자원의 전략적 낭비다. 35조 원이 넘는 R&D 예산이 ‘평균적 성과’를 목표로 분산된다면, 결국 남는 것은 없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산업 하나 만들지 못한 채, 수많은 중간 결과만 쌓이는 구조가 반복될 뿐이다.

기술사업화 정책만큼은 철학이 필요하다. 평균으로 지원하면 갈등을 줄이지만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 성과를 만들지 못한다. 누구에게도 불만이 없는 대신, 누구도 성장시키지 못하는 방식이다. 소상공인 정책처럼 기술사업화 정책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다면 지금이 바로 수정의 시점이다.

이제는 분명한 전환이 필요하다. 방향은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세분화와 차별화다.

소상공인이든 기술사업화든, 더 이상 하나의 범주로 묶어서는 안 된다. 성장 가능성, 시장성, 기술 수준에 따라 집단을 나누고, 완전히 다른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 ‘모두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각각을 위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선별과 집중이다.

모든 것을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만들 수 없다. 특히 기술사업화는 더욱 그렇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고, 실패 가능성이 높은 영역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셋째, 출구 전략의 제도화다.

지금의 정책은 ‘지원’에는 익숙하지만 ‘정리’에는 서툴다. 그러나 모든 사업과 기술이 성공할 수는 없다. 실패를 인정하고 자원을 재배분하는 구조가 없다면, 정책은 계속해서 비효율을 축적할 수밖에 없다.

넷째, 시장과의 연결 강화다.

기술은 시장에서 구현될 때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정책은 R&D와 시장, 기술과 현장을 분리해서 다루고 있다. 기술사업화 정책은 처음부터 시장을 전제로 설계되어야 한다.

중앙일보의 기사처럼 소상공인 정책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분명하다. 평균은 정책의 기준이 될 수 있지만, 성공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 교훈을 외면한 채 기술사업화 정책을 계속 추진한다면, 35조 원이라는 숫자는 단지 ‘지출의 규모’로만 남게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예산이 아니다. 방향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 평균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이 소상공인 정책의 실패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값비싼 교훈이다.